용산공원 주택공급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 한복판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희소한 땅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반대로 미래 세대에 남겨야 할 대규모 도심공원을 아파트로 채워서는 안 된다며 탄천물재생센터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용산공원에 집을 짓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일까?
용산공원 주택공급, 정부가 탐낼 만한 땅인 것은 맞다
정부가 용산공원 주택공급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 중심부에는 이제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할 공간이 거의 없다.
용산은 다르다.
광화문·여의도·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고 용산역이라는 교통 허브까지 갖췄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직주근접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도 만들 수 있다.
정부 역시 용산 미군 반환부지 전체를 아파트로 채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훼손되거나 활용되고 있는 일부 부지에 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서울시에 ‘용산 불가론’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며 장교숙소 등 이미 훼손된 일부 부지 활용과 공론화 가능성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출처: 국토교통부·연합뉴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도 같은 날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의 연내 발표 제외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식 해명했다.
[출처: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즉 용산공원 주택공급 카드는 아직 살아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용산공원은 건드리지 말자”고 한다
서울시의 반론 역시 간단히 무시하기 어렵다.
용산공원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 조성되는 초대형 녹지축이자 한 번 주택이 들어서면 다시 공원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공간이다.
도시에는 주택도 필요하지만 공원도 필요하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도 땅의 경제적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비싼 도시의 가장 비싼 땅을 공원으로 남겼기 때문에 가치가 생겼다.
용산공원 역시 10년, 20년이 아니라 100년 뒤 서울의 도시 구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논리다.
문제는 그렇다면 하나다.
용산에 집을 안 짓는다면 어디에 그만큼 공급할 것인가?
서울시는 여기에 답을 내놨다.
용산 대신 탄천…1만~1만3,000호를 짓겠다는 서울시
8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및 복합개발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는 약 39만3,000㎡ 규모다.
서울시는 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인근 동부도로사업소와 SETEC을 연계해 청년주택과 산업시설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거 비중을 절반 정도 배치하면 서울시는 최소 1만호에서 최대 1만3,000호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덕 장관도 관련 자료를 받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연합뉴스)
위치도 나쁘지 않다.
강남권에 있으면서 수서·삼성·잠실 업무지구와 연결하기 쉽다.
용산공원을 보존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카드다.
그러나 탄천도 당장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은 아니다
여기에서 서울시 주장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탄천물재생센터는 빈 땅이 아니다.
현재 서울 동남권의 하수를 처리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물재생센터를 어디로 이전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이전 부지 확보, 주민 협의, 환경 문제, 시설 건설을 거친 뒤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용산공원 대신 탄천에 1만3,000호를 짓자”
는 것과
“1만3,000호가 실제 입주한다”
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서울시 역시 정부의 행정·심의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야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결국 탄천도 시간을 넘어야 한다.
용산이냐 탄천이냐…사실 더 큰 공급은 따로 있다
그런데 여기서 시야를 서울 전체로 넓혀보면 조금 이상한 장면이 보인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몇 만호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는 동안 서울 전역에서는 훨씬 더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움직이고 있다.
서울의 실제 신규주택 공급에서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강남·서초·송파뿐 아니라 여의도, 목동, 성수, 노원 등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사업기간을 1~2년만 줄여도 시장에 들어오는 물량의 시점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공급정책을 단순히
“새로운 땅을 몇 만 평 찾았다.”
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공급대책의 핵심은 ‘몇 호’가 아니라 ‘몇 년’이다
정부가 새로운 공급대책을 발표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숫자는 항상 가구 수다.
10만호.
20만호.
30만호.
숫자는 크면 클수록 강해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몇 년 뒤 들어오느냐다.
예를 들어 10만호를 발표했지만 실제 입주까지 10년이 필요하다면 현재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 5만호의 사업기간을 2년 앞당길 수 있다면 체감 효과는 오히려 클 수 있다.
THE INSIGHT PICK은 공급정책을 최소 네 가지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다.
① 실제 순증 주택 수
② 착공 시점
③ 입주 시점
④ 사업이 실제 완료될 가능성
발표 숫자만 커서는 부족하다.
용산공원 주택공급의 가장 큰 문제도 결국 ‘시간’이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공원계획 변경부터 사회적 논의, 도시계획, 환경 문제, 기반시설, 인허가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용산이라는 입지가 좋다는 것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탄천도 마찬가지다.
시설 이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서울시는 서로
“내 땅이 더 좋다.”
라고 주장하기 전에 각각의 공급안이 실제 몇 년도에 착공하고 몇 년도에 입주할 수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그 숫자가 나오면 판단은 훨씬 쉬워진다.
THE INSIGHT PICK이 보는 해법
용산공원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전부 보존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답이 아닐 수 있다.
이미 훼손된 일부 공간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핵심 공원은 지키는 방법도 있다.
동시에 탄천물재생센터와 다른 유휴부지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에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토지는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이미 주택이 있는 곳을 더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용산 1만호를 놓고 싸우는 동안 이미 계획된 수십만호의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급 숫자를 하나 더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 역시 용산공원을 지키겠다는 선언만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용산을 지키겠다면 그보다 빠르고 현실적인 공급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집값은 발표문이 아니라 입주물량을 본다
서울 주택시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논쟁 자체에는 오래 반응하지 않는다.
시장이 보는 것은 결국 하나다.
“그래서 실제 집이 언제 나오는데?”
용산공원에 짓든,
탄천에 짓든,
재건축 규제를 풀든,
마지막에는 실제 입주로 증명해야 한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논쟁의 진짜 핵심도 여기에 있다.
어디에 짓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확실하게 지을 수 있느냐.
서울 집값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공급 발표가 아니라 결국 실제로 열쇠를 받을 수 있는 집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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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국토교통부,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 관련 해명자료
-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서울특별시 오세훈 시장 2026년 8월 26일 회동
- 연합뉴스, 탄천물재생센터 주택공급 대안 관련 보도
- 서울특별시 주택공급·정비사업 관련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