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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에게 AI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은 ‘모두의 AI’. SK텔레콤·KT·카카오·이스트소프트 등 6개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고, 이르면 28일 이 가운데 2~3곳이 선택된다. 정부는 엔비디아 B200 GPU를 최대 512장까지 지원한다.
목표는 상당히 크다. 올해 안에 국산 AI 기반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내놓고, 이후에는 자산관리·학습·노후설계까지 담당하는 ‘1인 1 AI 에이전트’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NIPA] (연합뉴스)
문제는 하나다.
정부가 AI를 직접 키우는 방식으로 ChatGPT와 경쟁할 수 있을까.
‘한국형 ChatGPT’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AI가 검색과 문서작성 수준을 넘어 행정·금융·교육·의료까지 들어오기 시작하면 해외 AI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국내 데이터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고, API 가격이나 서비스 정책이 바뀔 때마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이 영향을 받는다. 국가가 최소한의 독자 AI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는 그래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한국어와 국내 법령, 행정절차, 세금, 복지처럼 한국 데이터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국내 AI가 경쟁력을 가질 여지도 크다.
AI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 역시 긍정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AI 산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범용 AI로 ChatGPT를 따라잡는 것이 최선일까
ChatGPT, Gemini, Claude 같은 글로벌 AI와 정면으로 경쟁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모델을 한 번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와 GPU를 계속 확보해야 하고, 추론 비용을 부담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이용자까지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 지원하는 B200 512장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자원이다.
하지만 이를 2~3개 사업자가 나눠 쓰고 글로벌 빅테크와 범용 AI 성능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빅테크가 투입하는 AI 인프라 규모와 같은 게임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목표부터 달라야 한다.
한국판 ChatGPT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ChatGPT가 못하는 한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 AI라면 ‘공공서비스’에서 먼저 압도해야 한다
가령 국민이 AI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생각해보자.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상속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소득이면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뭐가 있나요?”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필요한 허가가 무엇인가요?”
“이 판례와 법령을 내 상황에 맞게 설명해주세요.”
이 영역에서는 정부가 가진 데이터가 압도적이다.
국세청·법제처·복지·행정·공공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다면 해외 범용 AI보다 훨씬 정확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이 ‘모두의 AI’가 존재해야 할 이유다.
ChatGPT와 똑같은 질문에 조금 비슷한 답을 하는 국산 챗봇을 만드는 것은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이유가 약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부가 승자를 만드는 것’이다
2~3개 사업자를 선택해 GPU와 운영비를 지원하면 선정된 기업은 강력한 초기 이점을 얻는다.
반대로 선정되지 않은 기업은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GPU·이용자 기반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지원이 기술개발의 마중물이 아니라 시장 순위를 결정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AI는 아직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산업이다.
오늘 가장 좋은 모델이 1년 뒤에도 가장 좋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기업을 ‘국가대표 AI’로 지정해 장기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 경쟁시키는 것이다.
6개월 또는 1년마다 성능·비용·이용률·안전성을 다시 평가하고 뒤처지는 업체는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평생 면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료 AI의 비용은 결국 누군가 낸다
‘전 국민 무료 AI’라는 표현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AI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추론비용이 발생한다.
검색엔진처럼 광고만 붙이면 해결되는 구조도 아니다. 복잡한 추론이나 에이전트 기능을 사용할수록 GPU 비용은 더 커진다.
정부는 올해 GPU를 지원하고 내년부터 대국민 서비스 운영비도 예산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질문이 필요하다.
이 서비스가 1,000만 명, 3,000만 명이 사용해도 정부가 계속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무료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다.
국민에게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더라도 기업용·고급 기능·API 등에서 사업자가 스스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가 예산이 끊기는 순간 서비스까지 멈춘다면 그것은 산업이 아니라 사업비 집행에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1인 1 AI 에이전트’가 실제 구현된다면 AI가 다루는 정보의 수준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된다.
금융정보, 행정정보, 학습기록, 가족관계, 소비패턴까지 연결될 수 있다.
편리함은 엄청날 것이다.
동시에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는 약관 마지막 페이지에 넣을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데이터를 보관하는지, 학습에 사용하는지, 다른 서비스로 이전할 수 있는지, 사업자가 탈락하면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까지 처음부터 설계해야 한다.
AI가 국가 인프라가 될수록 신뢰가 성능만큼 중요해진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AI 회사 만들기’가 아니다
THE INSIGHT PICK은 정부의 AI 투자 방향 자체에는 충분한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GPU와 데이터가 부족한 국내 기업에 초기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첫째, ChatGPT 복제품을 만드는 데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행정·법률·교육·공공서비스처럼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부터 만들어야 한다.
둘째, 특정 기업에 장기 독점적 지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
주기적으로 성능을 평가하고 더 좋은 기업이 등장하면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부 데이터는 특정 업체의 자산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로 남아야 한다.
넷째, 지원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모델을 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다.
한국 안에서만 1등인 AI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버려야 한다.
THE INSIGHT PICK이 보는 진짜 승부
AI 주권은 필요한 이야기다.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 모델을 모두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낮은 성능을 계속 보호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국민은 애국심 때문에 불편한 AI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한 AI를 사용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국산 AI를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굳이 외산 AI를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두의 AI’의 성공 여부 역시 GPU 512장을 얼마나 빨리 나눠주느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2~3년 뒤 국민들이 정부가 지원한 AI를 지원금 때문에 쓰고 있는지, 좋아서 쓰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그때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면 성공이다.
아니라면 우리는 AI를 키운 것이 아니라 비싼 서버를 빌려준 것뿐이다.
자료·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모두의 AI) 사업」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AI 프로젝트 GPU 지원방안
- 2026.08.27 ‘모두의 AI’ 사업자 발표평가 및 선정 관련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