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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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만 지으면 끝일까?…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가장 불편한 질문

100층 랜드마크와 서울 한복판이라는 입지만으로 글로벌 기업이 용산을 선택할까. 뉴욕의 오피스 공실과 싱가포르·홍콩의 기업유치 전략을 비교해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분석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초고층 개발과 스카이라인

서울 한복판에 100층 빌딩을 세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안에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채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이미 뉴욕·싱가포르·홍콩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신 회사가 굳이 싱가포르를 떠나 홍콩을 떠나 용산으로 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 용산국제업무지구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다.


용산의 입지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서울코어’는 약 45만6,099㎡ 규모다.

국제업무존에는 글로벌 헤드쿼터를 겨냥한 초고층 빌딩군이 들어서고, 업무복합존에는 오피스·리테일·오피스텔, 업무지원존에는 주거·의료·교육시설이 계획돼 있다.

서울시는 국제업무존을 중심으로 금융·ICT 기업과 글로벌 헤드쿼터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출처: 서울특별시]

위치만 보면 상당히 강하다.

용산역을 통해 서울 중심부와 연결되고, 한강과 맞닿아 있으며 서울역·광화문·여의도·강남의 중간에 위치한다.

향후 국제업무지구와 전자상가 개발까지 연결되면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대규모 신축 업무지구가 탄생한다.

부동산 개발로서의 용산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뉴욕도 오피스가 남는다

2026년 2분기 맨해튼의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19.3%**였다.

세계에서 기업과 자본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도 오피스 다섯 칸 가운데 사실상 한 칸 가까이가 비어 있는 셈이다. [출처: Cushman & Wakefield]

미국 전체 오피스 공실률 역시 2026년 2분기 **18.3%**였다.

재택근무 확산과 기업들의 공간 효율화가 오피스 시장의 구조를 바꿨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숫자가 하나 나온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Prime급 오피스 공실률은 2.2%에 불과했다.

전체 오피스는 남는데 가장 좋은 오피스는 부족하다.

기업들이 오피스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낡은 오피스를 버리고 좋은 오피스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Flight to Quality다.

이 현상은 용산에 희망과 경고를 동시에 준다.

용산에 최고급 신축 오피스를 공급하는 전략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건물을 지으면 기업이 알아서 온다”는 뜻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 왜 용산이어야 하는가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 본부를 결정한다고 가정해보자.

후보지가 서울·싱가포르·홍콩이라면 CEO는 한강뷰부터 보지 않는다.

세금, 인재 확보, 법률 안정성, 규제, 자본 이동, 영어 사용 환경, 항공 연결성, 국제학교, 직원들의 생활환경까지 계산한다.

여기에서 싱가포르는 이미 강력한 답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기본 법인세율은 **17%**다. 글로벌·지역본부 활동은 Development and Expansion Incentive 등 투자유치 프로그램 대상이 될 수 있고, 대규모 투자에는 Refundable Investment Credit처럼 투자액 일부를 환급형 크레딧으로 지원하는 제도까지 운영한다. [출처: Singapore EDB·IRAS]

결과도 나타난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외국기업 HQ는 2019년 약 770개에서 2024년 약 1,030개로 33.8% 증가했다.

Amazon, Dyson, Unilever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지역 거점을 두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현재도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본부 목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 Singapore EDB]

심지어 2026년에도 AI 기업 Cognition과 Klaviyo 등이 싱가포르에 아시아·APAC 본부를 설치했다.

즉 싱가포르는 과거의 성공담이 아니다.

지금도 기업을 가져오고 있다.


홍콩 역시 이유가 분명하다

홍콩의 일반 법인 이익세율은 16.5%,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최초 HK$200만 이익에 8.25% 세율이 적용된다. [출처: Hong Kong Inland Revenue Department]

하지만 홍콩의 진짜 경쟁력은 낮은 세율 하나가 아니다.

자본 이동의 자유, 금융시장, 영미법 체계, 중국 본토 접근성, 국제 전문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InvestHK도 홍콩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유로운 자본·정보 이동과 중국 및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내세우고 있다.

2025년 기준 홍콩에는 해외에 모회사를 둔 기업이 1만1,070개, 지역본부는 1,510개 존재했다.

서울은 이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한국의 2026년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지방소득세를 제외한 국세 기준이다. [출처: 국세청]

물론 한국도 외국인투자기업 지원제도가 있다.

일부 신성장산업이나 외국인투자지역에서는 취득세·재산세 감면을 받을 수 있고, 서울시 역시 외국인투자기업 신규 고용 등에 기업당 최대 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출처: Invest Korea·서울특별시]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APAC 본부를 움직이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원 수십 명을 옮기고 조직 수백 명을 재배치하며 법률·회계·IT 시스템까지 이전하는 기업에 2억 원의 지원금은 입지를 결정할 정도의 카드가 되기 어렵다.

용산이라는 공간은 준비되고 있지만,

‘용산으로 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정책적 답은 아직 부족하다.


더구나 이제 법인세만 깎아주는 시대도 끝나간다

여기서 하나 더 봐야 한다.

연결매출액 7억5,000만 유로 이상의 대형 다국적기업에는 OECD 글로벌최저한세가 적용된다.

기업이 어느 국가에서 영업하든 일정 조건 아래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으면 추가 과세하는 구조다.

한국도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적격소재국추가세가 적용되고 있다. [출처: 국세청]

싱가포르 역시 2025년부터 대형 다국적기업에 15% 최소 실효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말은 중요하다.

앞으로 용산이 싱가포르를 따라잡겠다며 단순히

“법인세 5%”

같은 카드를 꺼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도 이미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세율뿐 아니라 환급형 투자 크레딧, R&D, 인재, 산업 생태계, 연결성 등에 정책의 무게를 옮기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글로벌최저한세 이후에는 생태계 경쟁력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서 더 중요해진다고 공식적으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용산에는 정말 경쟁력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용산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쉽게 복제하기 힘든 카드도 있다.

바로 한국의 산업이다.

반도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고, 자동차에는 현대차그룹, 배터리에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있다.

여기에 AI, 로봇, 게임, 엔터테인먼트, 뷰티, 바이오까지 연결된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거나 한국 기업과 기술 협력을 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에는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용산이 싱가포르와 똑같은 금융허브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목표를 좁혀야 한다.

아시아 금융본부는 싱가포르에 두더라도, 동북아 기술·산업 전략본부는 서울에 둬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쪽이 현실적인 승부다.


용산의 장점과 약점은 명확하다

용산이 가진 카드넘어야 할 산
서울 한복판의 희소한 대규모 신축 업무지구싱가포르·홍콩보다 높은 명목 법인세 부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세계적 제조업 기반영어 중심 업무환경 부족
K콘텐츠·게임·뷰티 등 강력한 소비산업글로벌 고급인재 유치 제도 경쟁
용산역·서울역·인천공항 접근성금융·법률·자본시장 허브 기능 부족
최신 Prime 오피스 공급 가능외국기업이 체감하는 규제·행정 절차
대규모 주거·상업·문화 복합개발‘굳이 서울이어야 하는 이유’가 아직 약함

결국 용산의 약점은 건축이 아니다.

정책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 ‘용산 특별판’을 만들어야 한다

용산을 진짜 국제업무지구로 만들려면 기존 외국인투자 지원제도를 조금 늘리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용산을 글로벌 헤드쿼터 특구처럼 다뤄야 한다.

필요한 정책핵심 내용
글로벌 HQ 인증제일정 규모 이상 인력·투자·APAC 의사결정 기능을 용산에 두는 기업을 별도 인증
15% 시대에 맞춘 지원단순 법인세 인하보다 환급형 투자 크레딧·R&D·인건비·임대료 지원 확대
10년 정책 보장정권이 바뀌어도 핵심 세제·규제 조건을 장기간 유지
글로벌 인재 패스트트랙핵심 임원·AI·반도체·금융 전문인력 비자와 가족 체류 절차 간소화
영어 행정 원스톱 서비스법인 설립부터 세무·노무·인허가·비자까지 하나의 창구에서 영어 처리
국제학교·주거 패키지외국인 임직원의 가족이 실제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는 교육·주거환경 확보
금융·외환 규제 개선해외 본사의 자금 운용과 원화 거래 편의를 국제 수준으로 개선
기업을 직접 지정해 유치Fortune 500·AI·반도체·모빌리티 기업을 정해 개별 협상 방식으로 유치

특히 마지막이 중요하다.

싱가포르는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다.

EDB가 기업별 투자 프로젝트에 깊숙이 들어가 조건을 협상하고, 필요하다면 인센티브까지 설계한다.

홍콩도 2025년부터 토지·보조금·세제 등을 결합한 기업별 우대 패키지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용산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오시면 지원해드리겠습니다”가 아니라
“당신 회사가 용산에 APAC 본부를 두면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까지 가야 한다.


금융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본사를 유치하려면 오피스만 글로벌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돈도 글로벌 수준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이미 문제를 알고 있다.

정부는 과거 한국 외환시장의 폐쇄적 구조와 낮은 접근성이 원화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렸다고 평가했고, 현재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 확대와 24시간 외환거래·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 재정경제부]

이 방향은 용산과도 연결된다.

외국계 기업의 재무본부와 Treasury 기능까지 서울로 끌어오려면

용산이라는 건물 안에서 돈까지 자유롭게 움직여야 한다.


성공하면 용산은 서울의 판을 바꿀 수 있다

그럼에도 용산의 잠재력을 낮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뉴욕의 사례는 용산에 긍정적인 힌트를 준다.

맨해튼 전체 공실은 여전히 높지만 최고급 Prime 오피스의 공실률은 극히 낮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사무실 면적이 아니라

인재가 모이고, 고객을 만나고, 기업의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용산은 처음부터 이 조건을 갖춘 신도심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서울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과 한국의 제조·기술 생태계가 붙는다.

그래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실패를 미리 단정할 이유도 없다.


THE INSIGHT PICK이 보는 진짜 승부

용산에는 가능성이 있다.

상당히 크다.

그러나 100층 빌딩이 올라간다고 국제업무지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는 낮은 세율 하나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인재와 자본이 들어오기 쉬운 제도를 수십 년 동안 쌓았다.

홍콩 역시 금융·세금·법률·자본시장이라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용산도 답을 만들어야 한다.

“왜 용산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서울의 중심이라서.”

“한강이 보여서.”

“100층 빌딩이 있어서.”

라고 답해서는 글로벌 기업을 움직일 수 없다.

반대로 정부가 용산에 세제·투자지원·규제·외환·인재·교육을 묶은 특별한 룰을 만들어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반도체·AI·자동차·배터리·콘텐츠라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까지 결합한다면 용산은 싱가포르를 복제하는 도시가 아니라 싱가포르와 다른 이유로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가 될 수 있다.

결국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다.

정부가 기업에 얼마나 강력한 ‘이유’를 만들어주느냐이다.

100층을 짓는 것은 건설의 문제다.

그 100층을 채우는 것은 국가전략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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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서울특별시 · 용산서울코어 개발계획 및 글로벌 헤드쿼터 유치 전략
  • 국세청 · 2026년 법인세율 및 글로벌최저한세
  • Invest Korea · 외국인투자기업 지방세 지원제도
  • Singapore EDB · Headquarters / Investment Incentives
  • Singapore IRAS · Corporate Income Tax / Pillar Two / Refundable Investment Credit
  • Hong Kong IRD · Profits Tax
  • InvestHK · Regional Headquarters Statistics
  • CBRE · Q2 2026 U.S. Office Market Report
  • Cushman & Wakefield · Manhattan Office MarketBeat Q2 2026
  • 재정경제부 · 외환·자본시장 구조개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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